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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소(小)권력… 법원 판결에도 요지부동
이 름 : Master   작성일 : 2010-02-18
 
브레이크 없는 소(小)권력… 법원 판결에도 요지부동
인·허가, 예산집행에 전권
명백한 법 위반 아니면 중앙정부도 제지 못해
인사관련 비리 논란도 커
사업가 이모(67)씨는 2004년 12월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11만6000㎡ 부지를 매입, 신소재 광섬유 광케이블 제조를 위한 공장을 설립하려 했다. 부지 매입 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면제조치를 받은 이씨는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중 허가면적 전체가 암반지대여서 당초 계획보다 공기가 지연됐다.
이에 진천군청 건축과에 착공신고 연기신청을 했고, 2006년 2월과 2007년 5월 군청으로부터 착공 연기확인서를 받았다.

하지만 착공신고 연기 유예기간인 2007년 6월 진청군청 재무과로부터 "부동산 취득 후 2년이 지나도록 건축물 착공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제받았던 5억여원의 지방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착공신고 연기를 허가받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추징금을 부과받은 이씨는 황당했다. 부랴부랴 같은 해 8월 착공신고를 하고 진정서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세 전 적부심사를 적시에 청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씨는 2008년 5월 5억3000여만원의 세금(가산세 포함)을 납부했고 30억여원을 들여 토목공사를 마쳤지만 현재 세금 6000여만원을 못 내면서 사업부지를 가압류당한 상태다.

이씨는 "군청의 착공신고 유예 허가만 믿었는데 갑작스러운 세금 부과로 공사 진행과 자금 운용에 피해를 입어 파산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군청측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소송을 통해 받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행정 행위에 관한 한 정부와 광역 시·도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 하나의 소왕국(小王國)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각종 인·허가나 예산집행, 도시계획 등에 관해 거의 전권을 줬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가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은 자기 조직에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거나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것, 신도시급 택지개발 허가권, 그린벨트 해제권 등 정도다. 따라서 각종 인·허가나 예산집행에서 전횡과 독단이 벌어져도 명백한 법 위반이 아니면 중앙 정부가 제지하기 힘들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유망 중소기업을 육성하라"고 해도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규정만 따지며 유연성 없는 행정으로 일관, 시민과 기업인들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대통령이 와도 꿈쩍 안 할 사람들입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주경(51)씨는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충전소 허가를 놓고 경기도 시흥시청 공무원들과 3년 넘게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시와 벌인 3차례의 법적 싸움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공무원들이 자기네 주장만 고집하고 충전소 허가권을 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6년 9월 이씨는 어머니 이을숙(현재 사망)씨가 살고 있던 개발제한구역(시흥시 신천동) 내에 시흥시가 가스충전소 배치계획 고시를 내자, 어머니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거주하는 등 허가신청 요건을 갖춘 것을 확인하고 그해 10월 어머니 명의로 신청을 내 우선순위자 자격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2007년 6월 시흥시는 '가스충전소 200m 이내에 주거시설 등이 있으면 안 되는 안전거리 관련 고시 내용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씨를 우선순위자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내렸다.

시흥시의 처분에 대해 이씨는 "상위법(산업자원부법)에서는 20t 이하 충전소 설비 시 안전거리를 48m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흥시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고시로 상위법을 위반했다"며 2007년 8월 우선순위 제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고 2008년 2월 승소했다.

그러나 이후 이씨가 법원 판결을 근거로 수차례 시청을 방문해 "우선순위를 부여해달라"고 했는데도 시흥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거주자였던 이씨의 어머니가 2007년 10월 사망, 거주자로서의 권리가 없는 이씨는 허가신청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씨는 소송을 새로 제기했고, 작년 9월 판결을 통해 우선순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받았다. 시흥시청 또한 판결에 따라 이씨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그런데도 같은 해 11월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씨가 시청에 가스충전소 건축 허가신청서를 제출하자 공무원들은 법원판결을 무시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이씨는 현재 새로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가스충전소를 하려면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2억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돈을 건네지 않은 내게 '괘씸죄'를 적용하는 게 분명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경우 독단적 일 처리가 문제라면, 기초자치단체장은 인사와 관련한 비리 가능성이 큰 게 문제다.

경북 경산시는 작년 6월 기능직 임용시험에서 최병국 시장의 조카 최모(32)씨를 지방사무원(10급)으로 최종 선발했다. 그는 현재 지역문화행사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당시 지방사무원 분야 기능직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 모두 56명의 지원자가 응시했으며 합격자는 최씨 1명 이었다.

그러자 경산시의회는 작년 9월 시정질문에서 '시장 조카 채용' 문제를 강하게 질책했으며 최 시장은 "채용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점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산시 행정지원과는 "논란이 된 직원이 응모 당시 시장 조카인지 몰랐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산시의회 의장은 "시장 조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지방사무원 임용에서 시장 조카를 뽑기 위해 55명이 들러리를 선 격이며 그들에게 시정에 대한 불신을 안겨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커지자 경산시는 올해부터 기능직 공무원 채용을 상급기관인 경북도에 위임했다.

<조선일보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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